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원장님 칼럼

숨 고르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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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09-02-19 00:00 조회3,427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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달리기를 할 때에나 수영을 할 때에는 숨이 차게 마련이지요. 이 때 여유있게 달
리기나 수영을 계속하려면 숨쉬기를 편안하게 할 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. 저
도 수영을 배울 때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이라 기억
이 됩니다. 그것뿐만 아니라 입으로 부는 악기를 멋지게 연주를 하려면 중간중
간 쉼표가 있는 곳을 그냥 넘기지 말고, 숨을 다시 들이 마셔야 여유있는 음들
을 낼 수가 있지요.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? 그래서 여유를
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자신의 맡은 일도 잘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.
저는 수요일 아침에는 다른 날보다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일찍 잠에서 깨어납니
다. 왜냐하면 저에게 "수요일 오후" 란 특별한 시간이기 때문입니다. 수요일 오
후에는 진료도 수술 예약도 없는 마음 편안한 시간입니다. 사실 한 주일의 중간
에 있는 "수요일 오후"에 여유 시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저에게는 감사한 일이
지요. 이런 시간을 이용해서 개인적인 일들을 하곤 하지요. 저는 일요일 밤에 잠
자리에 드는 것이 일주일 동안의 하는 행위중의 가장 꺼려지는 일이지요. 왜냐
하면 잠자리에 들었다가 눈을 뜨면 또 새로운 일주일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.
어느 누구나 자신의 일이 즐거울 수도 있고 보람도 느낄 수 있지만 동시에 스트
레스도 함께 경험해야 하지요. 글쎄요. 저만 제가 하는 일에 즐거움,보람 이외
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요. 일을 한다는 것은 순간순간 자신의 책임하에 결
정을 해야 하고, 그런 결정에 대한 결과에 따르는 책임도 그 사람의 몫이 아닐까
생각합니다. 그런 책임을 느끼면 당연히 스트레스도 생기는 것이겠지요. 그러
나 막상 월요일이 되면 하루하루는 금새 지나가서 수요일이 되고, 수요일이 지
나면 일주일중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금요일 오후를 맞게 되지요. 그래서 달콤
한 쵸코렛을 조금씩 빨아 먹듯이 토요일, 일요일을 지내게 되지요.
저에게 "수요일 오후"은 일주일을 지내는 중간의 숨 고르기 시간이지요. 요즈
음 이 숨 고르기 시간에는 섹소폰도 불고, 등산도 합니다. 저에게 청계산은 참
편안한 산입니다. 시내 가까이 있어 가기가 쉽고, 돌이 많지 않아 오르기 힘들지
도 않고, 낮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을 볼 수 있고, 산에 올라 시
내를 내려다 볼수도 있고, 시간 여유에 따라 매봉을 가든지, 옥녀봉을 가든지 다
양하게 등산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. 요즈음은 혼자서 산에 오르
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. 저는 산에 오를 때에
는 일주일 동안의 이런저런 일들을 떠 올립니다. 즐거웠던 일, 보람있었던 일 등
을 떠 올리면서 얼굴에 웃음을 띄우기도 하고, 잘 못한 일에 대해서 미안한 생각
도 들기도 합니다. 힘들었던 일이나 서운했던 일들이 떠 오르면 등산로 주변에
무수히 쌓여 있는 낙엽 속에 하나 둘 묻어 버립니다. 특히나 더 많이 떠오르는
잊고 싶은 생각들은 담배 꽁초를 버린후 불을 끄려 발로 비비는 것처럼 힘껏 낙
엽속에 비벼 버립니다. 그런 생각들에 대한 어떤 흔적도 찾지 못하게 말입니다.
하산길에는 특히 이런 겨울 산길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 발 밑의 길에 집중하
다 보면 다른 생각이란 할 수가 없지요. 이렇게 청계산을 다녀 오면 머리 속의
메모리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고민거리들은 삭제하여서 머리 속의 공간이 보다
여유가 있어지는 느낌입니다. 이렇게 여유가 생긴 공간에 즐거운 생각들이 많
이 생겼으면 좋겠지요. "수요일 오후"란 저에게는 기억 속의 좋지 않은 생각과
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는 귀중한 시간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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